안철수등 신지식인 중 우리 사회'멘토'많아
[이코노미세계]
[커버스토리1 ]"
신지식인은 살아 있습니다. 죽지 않았어요. 신지식인 1호는 망했지만, 승승장구하는 신지식인들이 더 많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국 신지식인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코미디언이자 영화제작자인 심형래 씨의 몰락 소식이 전해진 후 많은 신지식인들이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심 씨 앞에 늘 따라붙던 신지식인 1호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의식 있는 신지식인들은 심형래 부도 소식 후 국민들이 신지식인들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품지 않을까 우려한다. 여기엔 신지식인 제도에 대한 일부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도 한 몫 했다. 1998년 DJ정부 때 처음 시작된 신지식인 운동은 이후 지자체 등이 앞 다퉈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4000여명에 달하는 신지식인이 선정 배출됐다. 14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신지식인 운동의 첫 삽은
김대중 정부가 떴다. 당시 정부는 IMF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신지식인 선정사업을 기획하고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제2의 건국위원회 등이 주무 부서를 맡았고, 시행 첫해 588명의 신지식인이 탄생했다. 국민들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신지식인에 선정된 인물들이 기존의 지식인 개념과 달리 '신선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력 위주의 우리 사회에 중졸 출신으로 슈퍼 고추를 개발 보급해 교과서에 수록된 고추박사 이종민. 대한민국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 보급한 안철수. 장애를 딛고 네 손가락만으로 피아니스트가 된
이희아 등이 대표적인 신지식인들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학벌 성별 차이를 극복하고 자기만의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루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이다.
신지식인 선정은 < 농업 어업 임업 중소기업 벤처기업 특허 근로 교육 문화예술 공무원 자영업 금융 가정 기타 등 > 총 14개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 선정에 따른 별도의 상금은 주어지지 않았으나 신지식인들은 뿌듯한 자부심을 가졌고, 바라보는 국민들은 용기가 생겼다.
눈여겨볼 점은 2000년 938명 배출을 정점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다가 정권이 바뀐 2003년(92명)부터 2005년(89명) 2006년(77명) 등 신지식인 선정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새 정권이 과거 정권의 주요 아젠다를 더 이상 답습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푸대접 받기 시작한 신지식인 제도는 MB 정권 출범 후에도 계속해서 찬밥 대접을 받았다.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진 신지식인들은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
심형래 감독, 신지식인 1호 맞나? 의혹 제기 신지식인 1호로 명명된 심형래 감독의 임금 체불 소식은 국민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그런데 신지식인들이 심 감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반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수의 신지식인들은 심 감독이 신지식인 1호로 불려지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
심 감독과 함께 최초로 신지식인에 선정된 고추박사 이종민 씨는 "그땐 1호 2호 구분없이 5명이 신지식인으로 나란히 선정됐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심형래가 신지식인 1호가 됐는지 영문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종민씨를 비롯한 신지식인들은 심 감독이 망한 것은 자기 관리에 실패한 것이지, 신지식인 타이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신지식인들 중 일부는 사업 실패 등으로 시련을 겪은 경우가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신지식인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 관심에서 멀어진 신지식인 제도의 정신을 잇고 사회 공헌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 그 중심에 신지식인협회가 있다.
현재 신지식인협회가 펼치고 있는 주요 사업은 ▲신지식인 발굴 선정 및 인증(연 2회) ▲신지식인 사례 책자 발행 ▲신지식인 포럼 및 교육 강사 지원 ▲신지식인 박람회 개최 등이며 선정된 신지식인간 네트워킹과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고 있다.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신지식인이 개발한 상품을 모아 자선바자회를 열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MOU를 맺는 등 지속적인 기부를 해오고 있다.
신지식인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신지식인 운동을 되살리기 위한 관련 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신지식인 육성 지원법'이 그것으로 사익이 목적이 아닌, 자신들이 거둔 열매를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신지식인 육성지원법' 국회 통과 여부 주목 신지식인협회 관계자는 "육성 지원법이라는 명칭만 놓고 보면, 정부 예산을 지원 받기 위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정부의 예산 지원이 끊겨 신지식인사업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는데 사실무근이다. 신지식인은 물론이고 협회도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권투선수 출신으로 '우레탄 뻐꾸기 시계'라는 값싼 히트 상품을 개발해 큰 돈을 벌고 신지식인에 선정된 최세규 회장은 "학벌과 상관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지식인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일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돌이켜보면 과거 정부 때 신지식인 사업은 선발 자체에만 주력한 측면이 있다. 신지식인들의 아이디어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게금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이제 그것을 법제화해 열매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한다.
최 회장을 비롯한 여러 신지식인들의 견해를 듣는 동안 미국의 'TED'가 떠올랐다.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이 개최하는 지식 콘퍼런스다. 이 재단은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를 모토로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을 강연자로 초청,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한다. 나아가 이를 인터넷에 무료 공개해 세상과 공유하게끔 한다. 의식 있는 신지식인들은 같은 맥락에서 자신들의 성공을 세상과 나누고자 한다. 아름다운 뜻이다.
이정규 기자
ikmens@e-segye.com 
제목: [커버스토리]심형래의 몰락과 신지식인 그 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