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그냥 쉬는'
사람도 176만명 서울 역촌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한모씨(47)는 지난해 말 가게 문을 닫았다. 지난해 10월
이후 손님이 거의 없어 임차료도 못낼 정도로 장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업종을 바꿔보려해도 워낙 경기가 좋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그냥 쉬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를 다니다 지난해 9월 그만둔
정모씨(45)는 3개월 안에 재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는 "예상보다 일자리 사정이 심각한 것
같다"며 "정부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 연장 추진 소식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고
했다.
경기침체로 고용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사실상 백수'인 사람들이 3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공식 실업자 수는 8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취업준비' '쉬었음' '구직단념자'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 희망자'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백수로 볼 수
있는 사람은 346만명에 이른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며, 카드 대란 때인 2003년
1월(217만7000명)보다도 1.6배 많은 규모이다.
지난달에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은 176만6000명으로 2003년 1월
이후 월별 기준 사상 최대였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아프거나 취업이 어려울 정도로 나이가 많지 않지만
취업할 생각이나 계획이 없으면 '쉬었음'으로 분류된다. 직장을 구하는 것을 아예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지난달 16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00명 늘었다. 또 취업준비자는 52만9000명,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희망자는 15만2000명이었다.
정부는 올해 2·4분기나 3·4분기까지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공식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하고, 사실상 백수는 4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악화되는 취업 문제가 언제 바닥일지 정확하게 전망하기가 어렵다"면서 "하반기에는 나아지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예상대로 올 하반기쯤부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 해도 고용사정이 나아지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오관철기자
okc@kyunghyang.com >
제목: 사실상 백수 346만명…경기 침체, 고용 급속 악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