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 합의
시장 불확실성 해소 불구 효력 발휘 미지수
"부채탕감 등 근본적 해결 이뤄져야" 지적도
유럽 대륙을 수주일째 휘감고 있던 검은 먹구름은 일단 걷혔다. 21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이 머리를 맞대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합의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안은 상당 부분 가실 전망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이날 합의가 근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리스의 단기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채권 지급을 보증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그리스 디폴트 현실화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줄여주는 긍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사실 그리스 디폴트가 무서운 것은 그리스가 유럽에서 차지하는 경제적인 비중이 커서가 아니라, EU가 유로존 국가의 디폴트를 허용했다는 자체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미치기 때문이다. EU가 회원국의 디폴트를 그냥 두고 봤다는 것으로 간주되면 유로존에 포함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심지어 이탈리아의 국채 이자가 폭등할 수 있다. 결국 추가 차입이 불가능하게 될 이들 나라의 연쇄 디폴트로 이어진다. 그런데 설사 그리스가 일시적 디폴트를 맞더라도 EU가 이렇게 지급을 보증하면 이 같은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또 EU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 저리의 장기융자를 하기로 함에 따라 그리스, 아일랜드 등 이미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국가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들 국가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 조건이 너무 엄격해서 기존 부채를 처리하기가 힘들다"며 금리를 더 낮춰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
이같은 합의는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을 두고 사사건건 각을 세워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 클로드 트르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한발씩 물러서면서 나온 절충안이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가장 많은 부담을 하고 있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투입 반대 입장을 접었고, 그리스의 단기간 디폴트를 반대했던 트리셰 총재도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21일 정상회의 결과가 유로존 전체 국가의 동의를 얻는 완벽한 해법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EFSF 투입 문제는 각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민간 은행이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 온 독일, 핀란드 등의 의회가 이 방안을 통과시킬지 불투명하다. 당초 민간 부문의 여러 방안이 결합될 경우 각 방안이 현실화하는 데 걸릴 시간이 달라, 추가 구제금융의 효력이 즉시 나타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게다가 그리스에 추가로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미봉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부채탕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가 구제금융을 해도 그리스는 몇 달 정도만 부도를 면할 것"이라며 "유로존이 부채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공동 지급보증 제도를 실시하거나 아예 공동 채권을 발행하는 등 각국 재정정책을 보다 밀접하게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제목: 사실상 '그리스 디폴트' 용인… 안전판 마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