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감소세와 가계소비심리가
지난 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얼어붙고 있다.
설비투자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15%가량이고 가계와
정부 소비를 합친 민간 소비는 50% 안팎이다.
GDP를 구성하는 65%가량의 경제 비중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고 경기가 가파르게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수를 견인할 투자와 소비마저 냉각되면서 한국 경제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침체+금융불안, 투자 미룬다
한국은행은 올 설비투자증가율이 -0.2%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한은은 또 '2009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설비투자증가율도 -3.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년 연속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 같은 설비투자의 감소는 이미 올 8월부터 예견됐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가 2008년
8월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한 이래 9월 33.4%나 급감한 것이다.
국내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전망 또한 불투명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탓으로 분석된다.
국내외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위축되고 재고가 쌓여 설비투자를 늘리기 어렵다. 자동차, 조선, 전자, 석유화학 등으로 감산, 조업중단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불안도 설비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요인이다. 12월 들어 다소 안정됐지만 원·달러 환율은 올 하반기 한때 1500원을 넘어섰고 '제 2의 외환위기'설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기도 했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일정 수준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지 않은 것도 설비투자 감소세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설비투자 감소가 가져 올 부작용이다. 단기적으로
고용 사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12월 취업기회전망지수는 45로 전월보다
5포인트, 2007년 4·4분기보다는 37포인트나 떨어졌다. 심리적으로 취업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는 가계(소비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또 설비투자 감소는 GDP 성장을 줄여 고용창출력을 추세적으로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설비투자가 극도로 위축됐던 과거 1998년 자영업주는 약 29만명 줄었던 적이 있다.
■소비심리도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
투자뿐만 아니라 소비심리도 외환위기 수준으로 위축됐다.
한은의 '12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81로 1998년 4·4분기 8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교육비마저 줄이겠다는 소비자 비중이 줄이지 않겠다는
소비자보다 많으면서 소비심리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 냉각을 풀어줄 정부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위기와 소비패턴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올 2·4분기 외식비, 문화비와 같은 외출형 소비를 줄이는 대신 식료품, 통신비 등 재택형 소비를 늘린 가계소비 양상이
97년 IMF 사태 직전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이 같은 가계소비 양상은 감세 등 각종 정부의 부양책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득증가를 소비가 아닌 저축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정부가 경제상황을
장악하고 있고 대응전략 구사에 있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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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은 "'소비감소→기업매출축소→고용감소'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일본에서 이미 시행했던 전국민(가계) 대상으로 상품권을
지급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전향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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